쉽게 말하면

같은 우산이 문구점에서는 3천 원인데, 비 쏟아지는 지하철 출구 앞에서는 8천 원이에요. 우산 원가는 똑같아요. 달라진 건 그 순간 손님에게 우산이 얼마짜리 문제를 막아 주느냐예요. 젖으면 안 되는 정장을 입은 사람에게는 8천 원도 싸요. 가격은 물건에 붙는 게 아니라 손님이 처한 상황에 붙어요.

그래서 가격을 정한다는 건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 아니라 손님을 정하는 일이에요. 값을 정하는 순간 어떤 손님이 들어오고 어떤 손님이 지나갈지가 같이 정해져요.

내 사정에서 나온 값
재료비 8만 원 + 내 시간 20시간 + 마진 30% = 45만 원

손님은 내 원가를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이 계산은 설득에 못 써요.

손님 사정에서 나온 값
손님이 지금 쓰는 것: 예약 전화 하루 40분 = 한 달 20시간

손님이 아는 숫자예요. 여기서 시작하면 값을 말로 설명할 수 있어요.

원가에 얼마 붙이기가 막히는 지점

원가를 계산하고 거기에 마진을 얹는 방식은 계산이 쉽고, 적어도 팔수록 손해 보는 일은 없어요. 시작점으로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이 계산에 정보가 하나밖에 안 들어간다는 점이에요. 내 비용이요. 손님이 이걸로 얼마를 아끼는지, 이 손님이 얼마나 급한지, 옆 가게는 무엇을 얼마에 파는지는 계산식 어디에도 안 들어가요.

홈페이지·앱·자동화처럼 한 번 만들어 두고 여러 번 파는 것에서는 더 크게 어긋나요. 두 번째 손님에게 팔 때 드는 원가가 거의 0에 가깝거든요. 0에 마진을 곱하면 값도 0 근처에 붙어 버려요.

정하는 방식출발점잘 맞는 경우어긋나는 경우
원가 더하기내 재료비와 내 시간재료가 눈에 보이는 장사(음식·제조·시공)만들 때만 돈이 들고 팔 때는 안 드는 것
옆 가게 따라가기경쟁 가게 가격표손님이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시장내 것이 하는 일이 옆 가게와 다를 때
손님 값어치 기준손님이 아끼는 돈과 시간해결해 주는 문제가 분명한 서비스손님이 아끼는 양을 아무도 못 재는 경우

원가는 바닥이지 가격이 아니에요

원가는 이 밑으로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선이에요. 바닥은 반드시 알아야 해요. 다만 바닥과 가격은 다른 거예요. 바닥만 보고 값을 정하면 평생 바닥 근처에서 팔게 돼요. 그리고 원가를 셀 때 내 인건비를 빼놓는 사장님이 많은데, 내 시간이 공짜면 그 장사는 이미 적자예요.

손님이 느끼는 값어치에서 시작하기

값어치 기준이라고 하면 막연한데, 실제로는 질문 네 개를 순서대로 던지는 일이에요. 종이 한 장이면 됩니다.

  1. 1이걸 안 쓰면 손님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요? 전화로 예약을 받고, 수첩에 적고, 밤에 다시 옮겨 적어요. 이게 손님의 현재 상태예요. 여기부터 적어요.
  2. 2그게 손님에게 얼마인가요? 하루 40분이면 한 달에 20시간이에요. 사람을 쓰면 얼마인지, 그 시간에 사장님이 다른 일을 하면 얼마인지로 바꿔 보면 숫자가 나와요.
  3. 3그 숫자의 얼마를 받을 것인가. 손님이 100을 아끼는데 100을 받으면 아무도 안 사요. 남는 게 없으니까요. 아끼는 값의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손님 몫으로 남겨요. 그 남는 몫이 계속 팔리는 이유가 돼요.
  4. 4바닥을 확인해요. 그렇게 나온 값이 내 원가보다 낮으면 값을 올릴 게 아니라 사업을 다시 설계해야 해요. 그 손님은 내 손님이 아니에요.

세 번째가 진짜 결정이에요. 정답 비율은 없어요. 다만 손님 쪽에 눈에 보이게 남아야 한다는 원칙은 업종을 안 가려요.

장면 1 · 견적을 물어본 손님이 말했다

얼마예요? 다른 데는 30만 원이라던데요.

여기서 값부터 말하면 30만 원과의 비교가 시작돼요. 이길 방법은 깎는 것뿐이에요. 먼저 물어볼 게 있어요. 지금은 그 일을 어떻게 하고 계세요? 손님이 매주 몇 시간을 쓰는지 손님 입으로 말하고 나면, 비교 대상이 옆 가게 가격에서 손님이 지금 태우고 있는 시간으로 바뀌어요.

화면에 값을 적을까, 문의로 받을까

홈페이지에 값을 적을지 "문의 주세요"로 받을지는 취향 문제가 아니에요. 어떤 손님을 미리 걸러 낼지를 정하는 문제예요.

값을 적으면 예산이 안 맞는 손님이 알아서 떠나요. 값을 안 적으면 그 손님이 문의로 들어와요. 문의 하나를 응대하는 데도 사장님 시간이 들어가고요.

보는 각도값을 적어 둘 때문의로 받을 때
문의 건수줄어요. 대신 남은 문의는 값을 보고도 들어온 사람이에요늘어요. 값을 모르니 일단 물어봐요
내 시간설명이 화면에서 끝나요한 건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요
값의 유연함다 같은 값이라 사정 봐주기가 어려워요일의 범위에 맞춰 다르게 부를 수 있어요
손님 신뢰숨기는 게 없어 보여요"비싸서 안 적었나" 하고 그냥 나가는 사람이 있어요
잘 맞는 경우상품이 정해져 있고 값의 폭이 좁을 때일마다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맞춤 작업

값의 폭이 커서 못 적겠다면 절충안이 있어요. "50만 원부터 시작해요" 한 줄만 적는 거예요. 예산이 안 되는 손님은 안 들어오고, 되는 손님은 안심하고 문의해요.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에요.

값을 적을 때는 낼 금액 그대로

손님에게 보이는 값은 세금까지 더한 실제로 결제할 금액으로 적는 게 원칙이에요. 큰 글씨로 30만 원, 작은 글씨로 부가세 별도라고 적으면 계산대에서 실랑이가 나요. 내 업종과 판매 형태에 어떤 표시 규정이 적용되는지는 판매 전에 꼭 확인하세요. 값 옆에 환불 규정이 같이 보이면 결정이 훨씬 빨라져요.

장면 2 · 문의함에 들어온 첫 줄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이 한 줄만 오면 화면에서 값을 못 찾았다는 뜻이에요. 같은 질문이 문의의 절반을 넘는다면 답장을 잘 쓰는 게 아니라 첫 화면을 고치는 게 빨라요. 시작 금액 한 줄이면 그 문의의 대부분이 사라져요.

선택지를 세 개 두는 이유

값을 하나만 내놓으면 손님 머릿속 질문은 "살까 말까"가 돼요. 세 개를 내놓으면 질문이 "어떤 걸 살까"로 바뀌어요. 이 차이가 매출에서 제일 크게 벌어지는 지점이에요.

사람은 값을 절대적으로 못 재요. 옆에 놓인 값과 견줘서 재요. 혼자 서 있는 5만 원은 비싼지 싼지 알 수가 없지만, 3만 원과 9만 원 사이에 있는 5만 원은 "무난한 것"이 돼요.

자리이 칸이 하는 일흔한 실수
가장 싼 것문턱을 낮춰요. "여기부터"라는 기준선이 돼요너무 잘 만들어서 전부 이것만 사요
가운데실제로 팔고 싶은 것. 대부분의 손님이 여기로 와요왜 가운데가 나은지 한 줄로 설명이 안 돼요
가장 비싼 것가운데를 합리적으로 보이게 하고, 여력 있는 손님을 받아요아무도 안 살 거라 생각하고 대충 만들어요. 사는 사람이 실제로 있어요

세 개까지가 편해요

선택지가 다섯 개를 넘어가면 손님은 고르기를 포기하고 창을 닫아요. 고를 게 많은 건 친절이 아니라 숙제예요. 상품이 정 많으면 세 개를 앞에 세우고 나머지는 접어 두세요. 그리고 세 칸의 차이는 값이 아니라 내용의 차이로 보여야 해요. 같은 걸 양만 다르게 주면 손님은 제일 싼 걸 골라요.

할인을 남발하면 생기는 일

할인은 손님을 부르는 가장 빠른 방법이에요. 그래서 매출이 급할 때마다 손이 가요. 문제는 할인이 가격표를 고쳐 쓴다는 거예요. 벽에 붙은 종이가 아니라 손님 머릿속에 있는 가격표를요.

  1. 1첫 할인에 손님이 몰려요. 이거 잘 통하는구나 싶어요.
  2. 2다음 달에도 해요. 손님은 다음 할인을 기다리기 시작해요. 제값 주고 산 사람은 손해 본 기분이 돼요.
  3. 3할인 안 하는 달의 매출이 떨어져요. 할인을 안 하면 안 팔리는 상태가 된 거예요.
  4. 4이제 30% 할인이 기본값이에요. 진짜 가격이 30% 내려간 거예요. 다만 장부에는 정가로 적혀 있어서 눈치를 못 채요.

그래서 값을 낮춰야 할 일이 생기면 값을 깎지 말고 주는 것을 줄여요. 같은 30만 원인데 이번엔 수정 두 번 대신 한 번, 이런 식이면 가격표는 안 흔들려요. 반대로 더 받고 싶으면 값을 올리기 전에 얹어 줄 것을 먼저 만들어요.

장면 3 · 오래된 손님이 말했다

저번에 20% 해 주셨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해 주세요.

한 번의 예외가 다음부터 기준이 돼요. 깎아 줄 이유가 있다면 이유를 붙여서 깎으세요. 3년 함께한 분께 드리는 값, 세 달치를 한 번에 결제하는 값처럼요. 이유 있는 할인은 조건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끝나요. 이유 없는 할인은 끝낼 방법이 없어요.

"지금만"은 진짜 지금만이어야 해요

끝나는 날짜를 적어 두고 그날 실제로 끝내세요. 매주 조용히 연장되는 마감은 손님이 다 알아봐요. 한 번 알아본 순간부터 내가 쓰는 다른 문구도 안 믿어요. 급할 때 쓸 카드를 한 장 남겨 두려면 이 카드를 아껴야 해요.

값을 올릴 때

값 올리는 일은 대부분 너무 늦어요. 재료비도 오르고 실력도 늘고 손님도 늘었는데 가격표만 3년째 그대로인 경우가 흔해요. 올리는 게 미안한 게 아니라, 안 올려서 서비스가 나빠지는 게 미안한 일이에요.

  1. 1먼저 알려요. 오르는 날보다 앞서 여유를 두고 알려요. 손님이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 반발의 절반이 사라져요. 갑작스러움이 화의 대부분이에요.
  2. 2이유를 한 줄로 적어요. 길게 변명하면 오히려 켕기는 것처럼 보여요. "재료비가 올라 12월 1일부터 값을 조정합니다" 정도면 충분해요.
  3. 3지금 쓰는 손님은 다르게 대해요. 기존 손님은 몇 달간 옛 값을 유지한다고 하면 떠나는 사람이 확 줄어요. 오래 쓴 사람이 손해 보는 구조는 어떤 경우에도 만들지 마세요.
  4. 4화면과 안내를 같은 날 맞춰요. 공지는 새 값인데 홈페이지는 옛 값이면 결제 화면에서 사고가 나요. 값이 적힌 곳을 전부 적어 두고 하나씩 지워 가며 고쳐요.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상품은 규정이 걸려요

매달 자동 결제되는 구독 상품은 값을 올릴 때 미리 알리고 손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어요. 판매 형태와 업종에 따라 다르니 내 경우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확실한 것 하나는, 조용히 올리는 건 어떤 경우에도 안 된다는 거예요.

올린 뒤에 손님이 몇 명 떠나는 건 정상이에요. 한 명도 안 떠났다면 더 일찍, 더 많이 올릴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자주 묻는 것

Q. 처음 시작인데 얼마를 받아야 할지 감이 전혀 없어요
첫 값은 확정이 아니라 실험이라고 생각하세요. 근거 없이 낮게 부르면 되돌리기가 정말 어려우니, 값을 낮추는 대신 범위를 붙이세요. "먼저 오신 다섯 분께는 이 값" 같은 식이요. 다섯 명을 실제로 겪고 나면 정식 가격은 훨씬 정확하게 정할 수 있어요.
Q. 너무 싸게 부르면 어떻게 되나요?
편한 손님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까다로운 손님이 늘어나요. 싼 값에는 "이 정도는 해 주시겠지"가 따라붙어요. 그리고 나중에 값을 올릴 때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도 그 손님들이에요. 값이 싸면 기대가 낮아질 거라는 짐작은 대체로 틀려요.
Q. 경쟁사보다 비싸게 받아도 되나요?
돼요. 대신 화면에서 왜 비싼지가 먼저 보여야 해요. 값만 높고 설명은 똑같으면 손님은 비교표에 올려놓고 싼 쪽을 골라요. 값이 다르면 화면 글도 달라야 해요. 다루는 범위·응답 속도·보증 기간처럼 손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요.
Q. 9,900원처럼 끝자리를 맞추는 게 효과가 있나요?
싼 값을 강조하는 자리에서는 흔히 써요. 다만 전문 서비스나 값이 큰 상품에서 쓰면 오히려 싸구려로 보일 수 있어요. 내 상품이 "싸다"로 파는 건지 "믿을 만하다"로 파는 건지에 따라 갈려요. 둘 다 하려고 하면 둘 다 흐려져요.
Q. 손님마다 다르게 받아도 되나요?
일의 범위가 매번 다른 맞춤 작업이면 자연스러워요. 문제는 똑같은 상품을 사람 봐 가며 다르게 받는 경우예요. 손님끼리는 생각보다 빨리 알게 돼요. 다르게 받고 싶으면 값만 다른 게 아니라 이름과 내용이 다른 상품이어야 해요.
Q. 값을 정한 다음에는 뭘 보고 판단하나요?
매출만 보지 말고 문의 대비 실제 계약 비율을 보세요. 문의는 많은데 계약이 거의 없으면 값이 높거나 설명이 부족한 거예요. 반대로 문의가 오는 족족 전부 계약되면 값이 낮다는 신호예요. 방문 기록으로 문의까지 온 사람 수를 같이 보면 어디가 막혔는지 보여요.

확인해 보세요

예약을 대신 받아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값을 정하려고 해요. 어디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하나 더

여섯 달째 매달 20% 할인을 하고 있어요. 지금 이 상품의 진짜 가격은?

직접 해보기

값을 나란히 놓은 화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세요

요금제 화면을 열어서, 처음에 어디로 눈이 가는지 스스로 관찰해 보세요. 어떤 칸이 크게 그려졌는지, 값 옆에 무엇이 같이 적혀 있는지를 보면 내 가격표를 짤 때 감이 빨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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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격표 화면을 만들어 보세요

스튜디오에 "세 가지 요금제를 나란히 보여 주는 가격 안내 화면"이라고 말하면 화면을 만들어 줘요. 금액은 나중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 배치부터 잡아 보세요.

스튜디오 열기

더 깊이 (안 읽어도 괜찮아요)

왜 손님은 가운데를 고를까 · 선택지가 셋이면 사람은 양 끝을 피하는 쪽으로 기울어요. 가장 싼 건 부족해 보이고 가장 비싼 건 과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가운데에 정말 팔고 싶은 것을 놓고 양옆은 가운데를 설명해 주는 역할로 씁니다. 다만 양옆이 허수처럼 보이면 역효과예요. 셋 다 실제로 사는 사람이 있을 만큼 진짜여야 해요.

먼저 본 숫자가 자가 돼요 · 손님은 처음 본 숫자를 자로 삼아 다음 값을 재요. 그래서 큰 값을 먼저 보여 준 다음 작은 값을 보여 주면 작은 값이 더 싸게 느껴져요. 이건 속임수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예요. 다만 먼저 보여 준 큰 값이 실제로 팔지 않는 가짜라면, 그건 속임수가 맞고 하면 안 되는 일이에요.

값을 바꿔 보며 재는 법 · 값이 맞는지 알아보는 가장 정직한 방법은 한 번 바꿔 보는 거예요. 조심할 게 두 가지 있어요. 첫째, 값과 화면 글을 동시에 바꾸면 무엇 때문에 달라졌는지 알 수 없어요. 값만 바꾸세요. 둘째, 최소 몇 주는 지켜봐야 계절이나 요일 영향과 구분돼요. 사흘 보고 되돌리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 ·원가는 바닥이지 가격이 아니에요. 값은 손님이 아끼는 것에서 시작해요
  • ·화면에 값을 적으면 문의 수는 줄고 문의의 질은 올라가요
  • ·선택지는 세 개까지. 진짜 팔고 싶은 것을 가운데에 놓아요
  • ·반복되는 할인은 할인이 아니라 새 정가예요
  • ·올릴 때는 미리, 이유 한 줄과 함께, 쓰던 손님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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