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다가, 향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비 오는 날 골목을 걷다 처마 밑에 잠깐 서 있으면, 젖은 돌과 흙, 나무 냄새가 한꺼번에 올라와요. 그 냄새를 오래 붙잡아 두고 싶어서 향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처마 조향실은 저 혼자 꾸려 가는 작은 공방이에요. 향을 고르고, 섞고, 병에 담는 일까지 모두 제 손으로 해요. 그래서 많이는 못 만들지만, 한 병 한 병 자신 있게 건네 드릴 수 있어요.
맡고 적어요
비 오는 골목, 젖은 마당, 창가의 찻잔처럼 마음에 남은 냄새를 먼저 글로 적어 둬요.
조금씩 섞어요
적어 둔 장면에 가까워질 때까지 아주 조금씩 섞고, 맡고, 다시 고쳐요.
쉬게 하고 담아요
완성된 향은 충분히 쉬게 한 뒤 50ml 병에 하나씩 손으로 담아요.